7화. 그는 살고 있었지만, 살아 있지는 않았다
아이를 포기하자,
30대의 긴 터널 끝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자기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
"이젠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
그녀는 직장을 다녔다.
출근길엔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커피 한 잔을 마셨다.
하루를 여는 그 순간이 소중했다.
퇴근 후엔 자격증 공부에 매달렸다.
조금씩, 천천히.
자격증을 땄고, 4년제 대학 졸업장도 품에 안았다.
그렇게 몇 년,
비로소 ‘나’라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같았다.
가는 곳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따뜻한 관계들이 그녀를 감쌌다.
마음 한편에 여전히 공허함은 있었지만,
“지금 이 정도면 괜찮아”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2021년 11월.
남편이 병원에서 위암 3기 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또다시 무너졌지만,
주저앉을 틈 없이 병원과 집을 오갔다.
"살릴 수 있어. 함께 이겨내자."
진심이었다.
그에게 헌신했고, 식단을 챙겼고,
한밤중엔 항암 치료 정보들을 찾아가며
그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남편은 달라지지 않았다.
수술 후, 그는 하루 종일 소파에 앉아 TV만 봤다.
그마저도 늘 부정적인 뉴스, 시사, 정치 이야기뿐이었다.
웃음을 잃은 사람.
살겠다는 의지마저 없어 보였다.
그녀는 기다렸다.
"그도 다시 일어서겠지."
1년쯤 지나,
그녀의 보살핌 덕에 남편은 조금씩 회복되었다.
그리고 다시 직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그녀는 조용히 결심했다.
"5년만 기다리자.
그가 완치되면…
그땐 이 관계를 끝내야지."
더 이상,
그와의 미래를 꿈꿀 수 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함께 웃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부정적인 말들로 하루를 시작하고,
세상을 탓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에게서
그녀는 점점 마음을 닫아갔다.
그를 미워하지 않았다.
다만 깨달았다.
"이 사람은, 내 사람이 아니었구나."